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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후기

처음으로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성자 : 정찬휘 2024-06-30


후기 취지에 조금 안 맞을 수 있으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저는 평생 우울감과 대인관계 문제를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어려서부터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음침한 외톨이였고, 세상 모든 사람이 불편하고 모든 일이 다 벅찼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졸업을 하지 못했고, 수많은 직업을 가져봤지만 어느 직장에서건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에 지쳐 곧 그만두곤 했습니다.


많은 정신과의사와 심리상담사를 만났고, 별의별 약을 다 처방받아 먹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받은 진단은 '우울성 성격장애'였습니다.) 연애도 길게 해본 적 없고, 만나는 친구도 거의 없고, 가족과도 의절과 다름없이 살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고되겠지만, 저에겐 산다는 행위 자체가,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평생을 말이 안 통하는 외국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으로 지냈습니다.


그러다 30대 중반에 주식계좌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큰돈을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람과 엮이지 않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아무리 찾아도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대형주나 ETF에 돈을 때려담고 마냥 버티기만 했습니다. 가끔 푼돈이 벌리고, 가끔 손실이 났지만 대체 무슨 원리로 주가나 지수가 움직이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남을 믿지 못하는 성격이니 강의를 들을 생각은 안 했고, (다행히) 리딩방 같은 건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가끔 상승장에서 그럴싸한 수익을 내고, 가끔 물타기하고 고집부리다 쎈 손실 맞기를 반복했습니다. 겁도 없이 스캘핑 비슷한 것도 해보고, 연예인들 뉴스에 엔터주 몰빵도 해보고, 메뚜기처럼 급등주를 갈아타며 뛰어다니기도 했습니다.


7년 간 시장에 적지 않은 수업료를 상납하면서, 생활비로는 턱없고 그저 치킨에 맥주값이나 버는 정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습니다. 무면허로 도로에 차를 끌고 나가 몰고 다녔는데 큰 사고가 안 났던 셈이니까요.


그리고 큰 사고가 터집니다.

작년 10월 지수가 쭉 하락하고 있을 때, 곱버스를 샀다 팔았다 하며 수익을 제법 보던 중이었습니다. 11월 첫 사흘간 코스피가 오르길래 또 곱버스를 왕창 사들였죠.

그러다 일요일에 공매도 금지가 발표되고 코스피는 5.66% 급등합니다. 기뻐하는 분들이 많았겠지만, 제 곱버스 계좌는 녹아내립니다. 그래, 손절이 중요해. 곱버스를 잘라내고, 레버리지로 갈아탑니다. 얼른 만회하고 싶은 조급함에 비중을 크게 태웁니다. 손대면 안 되는 비상금도 털어넣습니다. 우량주도 이것저것 사서 담습니다.


다음날부터 일주일 동안 코스피는 상승분을 다 토해냅니다. 저는 다시 들고 있던 모든 종목을 집어던집니다. 그러자 코스피는 다시 급등합니다.


대뇌피질을 숟가락으로 긁어내는 기분이었습니다. 혼술을 퍼마시며 대통령 욕을 잔뜩 했습니다. 다 정치꾼들의 농간인 것 같고 다 세력의 조작인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뭐가 뭔지, 이런 바닥에서 돈을 번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혼술을 퍼마시며 여기저기 뉴스를, 경제TV를, 블로그를, 유튜브를 돌려봤지만, 많은 전문가가 저마다 설명을 내놓아도 납득할 만한 게 없었습니다.


겨울이 되어서야, 하승훈 선생님을 유튜브에서 처음 보게 됩니다. (김작가TV 출연하셨을 때로 기억합니다.) 하락 목표치, 여러 번 지지받은 자리, 지지 캔들... 낯설지만 너무나 명료한 설명이 눈과 귀에 꽂혔습니다.

그 후로 매일 하승훈의 주식투자TV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과 과거 영상들을 찾아보는 게 일과가 되었습니다. 하쌤이 추천하는 마크 미너비니, 반 K. 타프의 책을 읽었습니다.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나름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대개는 "단타는 도박이니 장기투자를 하라" "차트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다 허상이다" 라고 말하고 있었고, 트레이딩에 관한 책도 몇 권 봤지만 실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던 거죠.


그렇게 차트라는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투자를 시작한 저는

반년 동안 계속 손실을 보았습니다 : )


어설픈 지식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더 위험했습니다. 추가수업료를 시장에 잔뜩 납부하고 나서야, 아, 수업료는 저쪽이 아니라 아카데미에 내는 거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때마침 초급 PLUS 아카데미가 시작할 때였고, 저는 더 이상의 망설임이나 의심 없이 (혹은 "독학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라는 교만함 없이)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5주 간의 수업을 들은 소감은 이렇습니다.


1. 나는 살아오면서 좋은 선택을 해본 적이 많지 않은데, 아카데미를 들은 것은 손에 꼽히도록 좋은 선택이었다.


2. 토요일 / 일요일 오전을 이렇게 알차게 보람차게 보낸 것은 평생 처음이었다.


3. 평생 처음으로,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분께 3번은 무슨 엉뚱한 소린가 싶으실 테지만, 우울감과 고독 속에 사십몇 년을 살아온 저에겐 미래에 대한 희망도 소망도 없었습니다. 대충 최저임금 받으며 이 일 저 일 하다가, 가진 돈 떨어지고 더는 비정규직으로도 일하지 못할 나이가 되면 조용히 사라져 가겠지. 딱히 이루고 싶은 것도 없고, 내가 사라진다고 슬퍼할 사람도 없으니 뭐 괜찮아.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오래 살고 싶어졌습니다. 주식을 더 공부하고 싶어졌고, 매매를 더 해보고 싶어졌고, 복기하고 반성하고 다시 도전할 때마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실력이 늘 것이란 확신이 생겼습니다. 제가 단 한 번도 그려보지 않았던, 백발노인이 되어서도 계속 새로운 걸 배워나가고, 일하고, 운동도 하고,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어렴풋이 꿈꾸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믿습니다. 아카데미 한 달 듣고 갑자기 큰돈이 벌릴 리는 없지만, 이미 매일매일 차트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매매하는 손끝이 냉정해지는 걸 느낍니다. 적어도 실수를 했을 때 그게 실수인 걸 인지하고 대통령 탓하지 않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만큼은 되었습니다.

물론 스윙 아카데미도 신청했습니다. 머지않아 실습반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후기를 써야 하나, 써도 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SNS나 인터넷에 거의 글을 올리지 않습니다. 댓글도 안 답니다. 인스타는 비공개 계정입니다. 적어도 팬데믹 즈음부터 그렇게 살았습니다. 저는 아직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나 무섭습니다.


그러던 제가, 저번 주부터는 아카데미 채팅방에서 다른 분들과 말을 섞기 시작했습니다. 농담도 가끔 하고요.

주식은 심법이 중요하다죠. 제 마음 상태도 좀 더 나아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민 끝에 글을 써보기 시작하니, 참았던 숨을 내쉰 듯 몇 년 동안 쌓인 이야기가 두서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응원과 조언은 감사히 정중히 사양하는 마음으로 '댓글 금지'를 설정했습니다.







P.S. 큰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나름 매매일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만, 그걸 다른 분들과 공유할 엄두가 도저히 도저히 도저히 나지 않습니다. 나중에 실습반에 가면 그걸 꼭 해야 할 텐데, 제겐 커다란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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